최민수, "아직 내 심경은 낭떠러지에 걸린 차"
벌써 넉달이 흘렀다. 지난 4월 '70대 노인 폭행 사건' 직후 경기도 마석에서 산채 생활을 시작한 최민수.
세인의 호기심과 관심을 품고 그를 만나러 갔다.
스스로 다짐한 '금주 상태'라는 최민수는 대신 기자에게 잔을 권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번이 지난 6월에 이어 두번째 만남. 당시 가족을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나타났을 때보다
훨씬 편해 보였지만, 가슴 속 못다한 말들은 훨씬 두터워진 듯했다. 아카시아주의 달콤 쌉싸름한
향처럼 그의 해맑은 미소 뒤에 숨겨진 아픔은 산채의 저녁을 조용히 물들였다.
◇도시 속 인디언
거실 겸 작업실 역할을 하는 방을 지나면 또 다른 방이 나타났다. 30평은 족히 넘어보이는 공간이
빽빽하게 차 있었다. 벽 가득 손수 만든 가죽옷과 장식품들이 걸려 있었고, 독특한 장식품들이 마치
오래 전부터 그랬던 양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은 사실 9년 전까지 무당이 살았던 집. 곰팡이
천지였던 폐가를 최민수가 부지런히 닦고 가꿨다. 버려진 소파를 재활용 했고,
나무를 깎아서 책상도 만들었다. 서울 이태원 작업실에 있던 물건들을 옮겨왔고,
가족 여행을 위해 재작년에 장만한 캠핑카 소품들을 뜯어내 사용했다.
-마치 작심하고 인테리어를 한 것같다. 감각이 대단히 독특하다.
▶아니에요. 여기저기서 폐품을 주워모았을 뿐이에요. 만물상에서 5000원 주고 등잔도 샀죠.
밤되면 촛불 피워놓고 살아요.
-귀신이 산다고 산채 주인이 말렸다던데.
▶나 원래 귀신 잘 봐요. 여기에도 젊은 여자 귀신 두 명이 살았는데 다 도망갔죠.
처음엔 불이 갑자기 켜지고 수돗물이 흘러내리더니, 이젠 안그래요.
-가을이 코 앞인데.
▶여긴 10월부터 4월까지 겨울이에요. 아침 저녁엔 벌써 추워요. 장작 쌓아놓고 월동준비하고 있죠
요즘. 아 이상민(
-불편하지 않나.
▶전혀요. 예전에도 오대산 등지에서 움막 생활을 해봤는데, 뭐. 2주 정도가 고통스럽지,
한 달만 지나면 모든 게 맑아져요. 욕심이 다 사라지니까요. 강아지들이랑 놀다보면 하루 해가 짧죠.
한달 전쯤 근처 아는 분이 심심하지 말라고 두 마리를 주셨는데, 이름은 하나, 두리로 지었어요.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이 앞에 큰 공터가 있어요. 매일 한 시간씩 그곳을 돌고, 밥은 하루 한 끼만 먹죠. 틈 나면 그림도 그리고
가죽 옷도 만들고요. 이달 말 쯤엔 부산에 사는 스님을 찾아뵐 생각인데,
사찰을 옮긴다시니 가서 짐 좀 거들어야죠.
-생활비는?
▶산에 들어왔을 때 지갑엔 20만원이 전부였어요. 그걸로 넉달을 버텼죠.
특별히 돈 쓸 일이 없으니까요. 얼마 전엔 혁대 하나 팔아서 20만원 벌었어요.
바이크 동호회
-그간 그린 그림이 상당하다.
▶왜 합니까, 내가 사는 여기가 전시회장인데요.
◇가족 사랑 앞에선 한없이 약한 남자
최민수는 최근 주부습진에 걸렸다고 했다. 집안 사정상 2주 동안 아들 유성 유진을 돌보면서
설거지를 원도 한도 없이 했다. 모처럼 밥도 해먹이고 집안
-평소 이미지랑 너무 다르다
▶전 요리를 잘하는 편입니다. 떡볶이도 잘하고, 볶음밥은 예술이거든요. 하하.
-오랜만에 애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겠다.
▶이 산채에도 세 번이나 데려왔죠. 잠도 재우고 근처 수영장에서 같이 놀고요.
-그래도 부인 강주은씨에게 남편의 빈자리가 참 클 텐데.
▶사실 며칠 전에 두 사람이 좀 힘들었어요. 언제까지 있을 거냐고 물어보는데,
눈에 슬픔이 가득하더라고요. 미안했어요. (순간 최민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
-당시의 심정은.
▶앞이 깜깜해지더라고. 유성 엄마가 참 강해요. 그 전까지는 내 기둥이라 생각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어요. '이건 내가 포기못하겠다. 떳떳한 남편과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
조금 더 지켜봐달라.' 결국 와이프가 딱 한마디 하더군요. 자기가 필요할 때는 와줄 수 있냐고요.
(순간 흐르는 눈물로 인터뷰는 잠시 중단됐다)
◇외로운 싸움 속에 당당히 서 있는 남자
최민수는 "지금 나와 싸우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사건 직후 죄송하다는 말만을 남기고
침묵하던 1라운드를 지나,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2라운드가 끝났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또 다른 형태의 싸움으로 3라운드를 맞이했다.
-당시 '천하의 최민수'가 무릎을 꿇은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은 소중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죠. 사건 당시 내가 무슨 변명을 한들 세상이 알아줬을까요.
그 순간, 기자회견장에서 세상의 많은 아이들 그리고 유성 유진이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그들을 위해 무릎을 꿇었다고 보면 됩니다.
-사건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간다. 그런데 3라운드라니.
▶3라운드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이에요. 세상이 나에게 남긴 것들에 대해 정리를 해야죠.
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세상에 동정을 구하거나 타협한 적이 없어요.
-오해는 이미 상당 부분 풀렸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별 일 아닐 수도 있지만 '인간 최민수'에겐 진짜 싸워야 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경찰에서 무혐의라고 해도 세상이 날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면
내 본질은 이미 사라진 셈이거든요. 그걸 다시 찾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분노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요. 숨어있을 뿐이죠. 사실 요즘 자꾸 범심이 치밀고 올라 누르느라
애를 먹곤 해요. 그래서 자꾸 무사 그림을 그리곤 하죠. 무언가를 쳐내려는 심정으로요.
-현재 심경은.
▶지금은 차가 낭떠러지에 걸려 있는 형국입니다. 왜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굳이 일어나려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겨울에 나무나 꽃들이 다 진다 하더라도 죽는 건 아니죠.
최민수는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는 말로 최근 할리우드 대작 영화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
(Street of Dreams)'에서 하차할 뜻을 밝혔다.
'스트리트 오브 드림스'는 한-미-일 합작 영화로, 제작비만 400억원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다.
196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한 최초의 동양계 마피아 몬타나 조 역을 최민수가 맡기로 했으며,
로버트 드니로와의 공동 주연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오랜 고민 끝에 힘들게 결정을 내렸다는 최민수가 언제 세상 속으로 다시 걸어들어올 수 있을까.
그가 작사한 노래 '소원'의 한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어린 새야.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내가 갈 수 없었던 곳까지 날아가라'고 노래했던 최민수는 이제 자신의 말처럼 진정한 자유의 끝에서
고독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한 네티즌이 올린 '최민수 사건 돌아보기'라는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욕을 얻어먹게 했다. 최민수는 당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자회견 당시 최민수의 눈빛을 생각해보라. 그는 그 상황에서도 변명 한마디 안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견뎌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온라인을 중심으로 '배우' 최민수의 컴백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실은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했던 말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해 과장 왜곡되게 알려졌던 점들이 점차 바로잡혀가고 있지 않느냐"며 지난 4월과는 사뭇 달라진 여론을 지적했다.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뒤 넉달이 흘러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어느새 당시 일을 잊었지만 인간 최민수에겐 또 다른 문제로 남아있다"고 컴백에 대해선 여지를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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