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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의대길병원 심장센터 박국양 교수
[쿠키 건강] "명의요? 진단 잘하고 수술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의는 늘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양들을 보살피는 '목자'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명의란 많은 환자를 고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바로 지금 자기 앞에 있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바로 명의입니다."
가천의대길병원 박국양 교수(흉부외과)는 명의(名醫)의 조건을 이처럼 환자와 공감할 수 있는 마음에서 찾는다. 따라서 박 교수는 명의가 꼭 매스컴에 잘 알려지고, 유명한 병원의 유명한 박사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평범하지만 환자가 가장 편하게 찾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그 환자의 명의라는 것.
박 교수는 자신을 찾는 환자 모두에게 반드시 '명함'을 건넨다. 이유는 단 하나. 명함에는 24시간 연락할 수 있는 그의 휴대전화번호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겁니다. 의사가 있기 때문에 환자가 있는 게 아니죠. 그들이 저를 필요로 할 때 그들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저처럼 중환자를 다루고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제 존재의 이유요? 환자가 있기 때문이죠"
박 교수는 '의사는 공인(公人)이다'고 단언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평생 환자의 곁에서 진료하고 보살피겠다는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의사는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에요. 의사들은 자기가 진료하고 수술한 환자는 평생 책임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공인', 즉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잊어선 안되죠."
박 교수의 현재 공식 직함은 '가천의대 길병원 기획부원장'. 약 1200병상 규모인 가천의대길병원 내에서도 대충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요직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그의 '애마'는 의외로 '마티즈'. 요즘 한 대형 자동차 광고에서도 볼 수 있듯 '자동차 배기량이 그 사람의 현재 위치(지위)를 보여 준다'는 내용과는 큰 차이가 난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저는 한 대학병원의 부원장이지만 제 자동차가 저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의사가운을 입었다고 해서 인격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소위 튀려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그냥 나중에 우리 손자가 '할아버지, 환경이 계속 파괴되고 있는데 뭘 하셨어요?'하고 물으면, '난 소형자동차로 그나마 환경 파괴를 덜 했다'고 대답하려고요. 하하."
◇"마티즈? 인격은 자동차 배기량 순이 아니잖아요"
'Understand(이해).' 박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다.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Understand)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낮은 자세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 이에 박 교수는 후배들을 만날 때-인터뷰를 위해 찾은 전날에도 'Understand'를 주제로 신입생들에게 특강을 했다-마다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Understand'의 의미다.
"의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과는 전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죠. 의료는 봉사하고, 구제하고, 남을 돕고, 설사 돈이 없더라도 치료해줘야 고쳐줘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의사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 의무를 지닌 것이고요."
흉부외과 의사인 박 교수는 외과의사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3C, 즉 자신감(Confidence), 용기(Courage), 사명감(Commitment)을 꼽는다.
박 교수의 설명을 빌리자면 여기에는 자신감을 위해 의학적으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이렇게 배운 실력을 용기를 가지고 실행하고, 환자를 위해 사명감을 밑바탕에 쌓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특히 사명감은 의료를 부의 축적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막고 좀 더 높고 고상한 차원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의리를 담고 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술방법을 끊임없이 연구, 연마하고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환자에게 다가가 같이 고민하는 의사가 돼야 하고요. 경험상 환자들은 가족처럼 솔직히 얘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에게 자신을 맡깁니다. 즉 마음이 통하는 의사를 찾는다는 것이죠.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자신감, 용기, 사명감을 가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좋은 의사 첫째 덕목은 환자의 'Understand'"
"수술은 의사의 손으로 하는 것입니다. 큰 병원이라고 해서 건물이 수술하는 것도, 부자병원이라고 해서 돈이 수술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술은 의사, 즉 집도의의 자신감과 경험, 용기, 사명감에서 성패가 좌우됩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장비가 좋더라도 집도의가 머뭇거린다면 성공을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박 교수의 이러한 (의사에 대한)생각에 가장 영향을 끼친 스승은 누구일까? 이 질문에 박 교수는 잠시의 주저 없이 '성산 장기려 박사'를 꼽았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안빈)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장기려 박사는 1968년 부산에서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결성, 1977년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도입되는 기틀을 닦았으며 '한국의 슈바이처'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 특히 '세상을 떠날 때 본인이 입고 있던 옷과 이부자리만 남기고 떠났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사실 장기려 박사님을 생전에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수제자이자 그분의 봉사철학을 그대로 실천하고 계신 이건오 박사님을 통해 그분을 동경하게 됐습니다. 세상에 많은 스승이 있지만 혀에서 나오는 말과 글로 적은 책을 통해서만 일뿐, 실제 삶을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분들이야 말로 '말과 행동 일치하는 이 시대의 사표'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 곁에서 직접 삶을 배울 수 있었다는 건 제겐 큰 행운이자 행복입니다."
박 교수 또한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로 당연히 어려운 환자의 수술을 성공했을 때를 꼽는다. 하지만 그보다는 모든 수술이 자신을 보람 있게 하고 성장시킨다는 데서 더 만족을 찾는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꺼리는 환자를 제 손으로 수술해 성공했을 때 뿌듯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전 어려운 수술이건 그렇지 않던 간에 모든 수술이 저를 보람 있게 하고 성장시킨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들이 제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니까요."
의사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사회적으로도 그에 맞는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 박 교수는 의사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孫文)은 '소의(小?)는 치병(治病)하고 중의(中?)는 치인(治人)하며 대의(大?)는 치국(治國)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의사가 사회나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의사는 환자, 즉 사람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오면 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등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죠. 의사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곧 사회 속에서 필요로 하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정치도 할 수 있고, WHO 이종욱 박사처럼 봉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박 교수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잃어가고 있는 의사사회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의사가 존경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다른 사람들 말은 다 믿어도 의사의 말은 믿지 않겠다고 합니다. 또 복지부 장관에 간호사나 행정고시 출신은 가능하지만 의사는 힘들다고 합니다. 주관적일 수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직업인 의사가 그저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의 안정적인 직업으로만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합니다. 의사의 봉사는 의무입니다. 앞서 장 박사처럼 청빈한 삶을 살고 시대의 중심에서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의사가 존경을 잃는고요? 희생해야죠"
"수술은 내 손이 감당할 때까지 할 것입니다. 또 내 머리가 가진 기억이 도움이 되는 한 학생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내 손이 처방전을 잊어버리지 않을 때까지 환자 옆에서 기꺼이 그들의 도우미가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나를 돌아보고 더욱 더 좋은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 교수의 마지막 인사이자 자기 당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국양 교수 주요약력]
가천의대길병원 심장센터 교수 (세부전공: 관상동맥 이식술, 심장판막 수술, 대동맥 수술)
- 광주제일 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
- 세종병원 흉부외과 전임의
- 인제대학 서울 백병원 흉부외과 조교수
- 애리조나 의과대학 심장센터 연수 (Research associate and clinical fellow)
- 세종병원 흉부외과 과장
- 가천의대길병원 흉부외과 (현재)
- 가천의대길병원 기획부원장 (현재)
[쿠키 건강] "명의요? 진단 잘하고 수술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의는 늘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양들을 보살피는 '목자'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명의란 많은 환자를 고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바로 지금 자기 앞에 있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바로 명의입니다."
검수 중이거나 숨김 처리된 미디어입니다.
박 교수는 자신을 찾는 환자 모두에게 반드시 '명함'을 건넨다. 이유는 단 하나. 명함에는 24시간 연락할 수 있는 그의 휴대전화번호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겁니다. 의사가 있기 때문에 환자가 있는 게 아니죠. 그들이 저를 필요로 할 때 그들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저처럼 중환자를 다루고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제 존재의 이유요? 환자가 있기 때문이죠"
박 교수는 '의사는 공인(公人)이다'고 단언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평생 환자의 곁에서 진료하고 보살피겠다는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의사는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에요. 의사들은 자기가 진료하고 수술한 환자는 평생 책임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공인', 즉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잊어선 안되죠."
박 교수의 현재 공식 직함은 '가천의대 길병원 기획부원장'. 약 1200병상 규모인 가천의대길병원 내에서도 대충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요직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그의 '애마'는 의외로 '마티즈'. 요즘 한 대형 자동차 광고에서도 볼 수 있듯 '자동차 배기량이 그 사람의 현재 위치(지위)를 보여 준다'는 내용과는 큰 차이가 난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저는 한 대학병원의 부원장이지만 제 자동차가 저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의사가운을 입었다고 해서 인격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소위 튀려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그냥 나중에 우리 손자가 '할아버지, 환경이 계속 파괴되고 있는데 뭘 하셨어요?'하고 물으면, '난 소형자동차로 그나마 환경 파괴를 덜 했다'고 대답하려고요. 하하."
◇"마티즈? 인격은 자동차 배기량 순이 아니잖아요"
'Understand(이해).' 박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단어다.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Understand)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낮은 자세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 이에 박 교수는 후배들을 만날 때-인터뷰를 위해 찾은 전날에도 'Understand'를 주제로 신입생들에게 특강을 했다-마다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Understand'의 의미다.
"의사는 사람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과는 전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죠. 의료는 봉사하고, 구제하고, 남을 돕고, 설사 돈이 없더라도 치료해줘야 고쳐줘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의사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 의무를 지닌 것이고요."
흉부외과 의사인 박 교수는 외과의사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3C, 즉 자신감(Confidence), 용기(Courage), 사명감(Commitment)을 꼽는다.
박 교수의 설명을 빌리자면 여기에는 자신감을 위해 의학적으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며, 이렇게 배운 실력을 용기를 가지고 실행하고, 환자를 위해 사명감을 밑바탕에 쌓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특히 사명감은 의료를 부의 축적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막고 좀 더 높고 고상한 차원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의리를 담고 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술방법을 끊임없이 연구, 연마하고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환자에게 다가가 같이 고민하는 의사가 돼야 하고요. 경험상 환자들은 가족처럼 솔직히 얘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의사에게 자신을 맡깁니다. 즉 마음이 통하는 의사를 찾는다는 것이죠.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자신감, 용기, 사명감을 가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좋은 의사 첫째 덕목은 환자의 'Understand'"
"수술은 의사의 손으로 하는 것입니다. 큰 병원이라고 해서 건물이 수술하는 것도, 부자병원이라고 해서 돈이 수술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술은 의사, 즉 집도의의 자신감과 경험, 용기, 사명감에서 성패가 좌우됩니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장비가 좋더라도 집도의가 머뭇거린다면 성공을 확신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박 교수의 이러한 (의사에 대한)생각에 가장 영향을 끼친 스승은 누구일까? 이 질문에 박 교수는 잠시의 주저 없이 '성산 장기려 박사'를 꼽았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안빈)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장기려 박사는 1968년 부산에서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결성, 1977년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도입되는 기틀을 닦았으며 '한국의 슈바이처'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 특히 '세상을 떠날 때 본인이 입고 있던 옷과 이부자리만 남기고 떠났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사실 장기려 박사님을 생전에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수제자이자 그분의 봉사철학을 그대로 실천하고 계신 이건오 박사님을 통해 그분을 동경하게 됐습니다. 세상에 많은 스승이 있지만 혀에서 나오는 말과 글로 적은 책을 통해서만 일뿐, 실제 삶을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분들이야 말로 '말과 행동 일치하는 이 시대의 사표'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 곁에서 직접 삶을 배울 수 있었다는 건 제겐 큰 행운이자 행복입니다."
박 교수 또한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로 당연히 어려운 환자의 수술을 성공했을 때를 꼽는다. 하지만 그보다는 모든 수술이 자신을 보람 있게 하고 성장시킨다는 데서 더 만족을 찾는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꺼리는 환자를 제 손으로 수술해 성공했을 때 뿌듯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전 어려운 수술이건 그렇지 않던 간에 모든 수술이 저를 보람 있게 하고 성장시킨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들이 제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니까요."
의사는 '의사'라는 직업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사회적으로도 그에 맞는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 박 교수는 의사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孫文)은 '소의(小?)는 치병(治病)하고 중의(中?)는 치인(治人)하며 대의(大?)는 치국(治國)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의사가 사회나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의사는 환자, 즉 사람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오면 어디에 사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등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고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죠. 의사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곧 사회 속에서 필요로 하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정치도 할 수 있고, WHO 이종욱 박사처럼 봉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박 교수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잃어가고 있는 의사사회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의사가 존경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다른 사람들 말은 다 믿어도 의사의 말은 믿지 않겠다고 합니다. 또 복지부 장관에 간호사나 행정고시 출신은 가능하지만 의사는 힘들다고 합니다. 주관적일 수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직업인 의사가 그저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의 안정적인 직업으로만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합니다. 의사의 봉사는 의무입니다. 앞서 장 박사처럼 청빈한 삶을 살고 시대의 중심에서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의사가 존경을 잃는고요? 희생해야죠"
"수술은 내 손이 감당할 때까지 할 것입니다. 또 내 머리가 가진 기억이 도움이 되는 한 학생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내 손이 처방전을 잊어버리지 않을 때까지 환자 옆에서 기꺼이 그들의 도우미가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나를 돌아보고 더욱 더 좋은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 교수의 마지막 인사이자 자기 당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국양 교수 주요약력]
가천의대길병원 심장센터 교수 (세부전공: 관상동맥 이식술, 심장판막 수술, 대동맥 수술)
- 광주제일 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
- 세종병원 흉부외과 전임의
- 인제대학 서울 백병원 흉부외과 조교수
- 애리조나 의과대학 심장센터 연수 (Research associate and clinical fellow)
- 세종병원 흉부외과 과장
- 가천의대길병원 흉부외과 (현재)
- 가천의대길병원 기획부원장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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