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자전거가 젊게 만드는 건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젊어 보이는 건가. 김세환 씨를 만난 이후부터 아리송해진 이런 의문은 백남봉 씨를 보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기자가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보았던 모습과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나이가 짐작 가지 않는 그도 전형적인 ‘언제나 청춘’이다.
백남봉씨는 코미디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실버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에서 활기차고 밝은 표정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그리운 고향소식을 전하는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해맑은 웃음과 건강한 모습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를 보고 이십대 초반인 기자도 마구 기운이 솟았다. 어디서 그런 넘치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 알고 보니 건강한 그를 있게 한 것은 바로 자전거의 힘이었다.
꽉 막힌 거리, “아, 자전거가 그립다”
“이러다 늦겠는데요.”
백남봉 씨를 만나러 가는 차 안.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도로는 이미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지만 운전하는 사진기자를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 정체시간을 미리 계산하지 않고 출발한 기자의 잘못이다. 좀처럼 뚫릴 것 같지 않은 도로 위를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자니 ‘아, 이럴 때 자전거로 쌩쌩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드디어 약속장소인 서울 서초구 양재천변의 시민의 숲에 도착했다. 양재천변의 빨간 자전거 도로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이크, 약속시간을 삼십 분이나 넘겨버렸다.
BL: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아, 그러게 자전거를 타고 오지! 내 뭐랬어. 이래서 자동차는 자전거를 따라올 수 없다니까! 허허. 난 일찍 도착해서 이미 영동대교까지 한 바퀴 돌고 왔어요.”
BL : 퇴근시간에 자전거는 차에 비하면 아주 날아다니죠. 와! 자전거가 아주 멋있는데요.
“이 자전거는 내가 차보다 더 아끼는 것입니다. 아이비스(Ibis) Bow-Ti로 맞춤 자전거예요. 모든 부품을 최고로 해서 내 키와 몸무게에 맞춰 하나하나 손으로 조립했어요. 내게 이만큼 딱 맞는 자전거는 없죠. 사실 자전거를 여러 대 가지고 있는데 다른 것도 좋지만 Bow-Ti가 가장 맘에 들어요.”
BL: 자전거는 언제부터 타셨나요?
“남들보다 조금 늦게 MTB를 알았어요. 젊었을 때는 ‘에이, 자전거 시시해’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골프나 축구 같은 운동만 했지 자전거는 안 탔어요.”
BL : 그러면 자전거를 타게 된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겠네요.
“6년 전 건강 때문에 탔어요. 예전에는 몸무게가 80kg 정도였지만 아주 건강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몸이 자주 피곤하고 소화도 잘 안 되고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죠. 병원에 가봤더니 당뇨병이 아주 심각한 상태라면서 바로 입원시키더군요. 열흘 정도 입원했다가 퇴원했는데 그래도 영 좋아지지가 않았어요. 병은 알려야 한다는 말이 맞는가 봅니다. 어느 날 아는 분이 자전거를 한 번 타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자전거와 인연을 맺게 되었죠. 6년 전이니까 그래봤자 50줄이에요. 아주 늦게 자전거를 배운 거죠.”
자전거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다
BL : 취미가 아닌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셨군요.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 일단 아무 자전거나 타고 다니기 시작했죠. 그런데 일반 자전거를 타고 그 사람을 쫓아가려니까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 더 좋은 자전거를 타게 됐고, 그걸 타다보니 또 조금 미진한 부분이 있어 다시 바꾸고 그랬죠. 점점 업그레이드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BL : 건강은 회복하셨나요?
“지금까지 계속 타는 이유가 뭐겠어요? 좋으니까 타는 거죠. 일단 자전거는 칼로리 소모가 굉장하더군요. 나 같은 경우는 두세 시간 타면 3kg씩 빠졌어요. 그러면서 얼굴에 화색이 돌고 혈당 수치도 점점 낮아졌죠. 그뿐 아니에요. 23년 동안 축구를 했는데 무릎 관절이 아파서 그만뒀어요. 걸을 때마다 무릎에서 달그락 소리가 날 정도로 안 좋았어요. 그런데 자전거를 타니까 관절염도 사라졌죠. 그러니 자전거 안 탈 수 있겠어요? 나는 자전거 덕을 아주 많이 본 사람입니다.”
BL : 뵙기에도 건강해 보이시는데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에이, 나이는 묻지 말아요. 건강해 보이면 됐지, 나이 밝혀서 뭐해. 그런 영양가 없는 질문은 하지 마요.”
BL : 가수 김세환 씨께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동네에서 타는 자전거 수준으로 타면 안 돼요. 자기에게 맞는 자전거를 선택해야 하고 바른 자세와 기술 등 배울 것이 많더라구요.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기어 변속하는 것 등 그 친구한테 많이 배웠어요. 나중엔 내가 도움을 주기도 했구요.”
BL : 주로 어디서 타시나요?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많이 이용하고 이곳 양재천변 자전거도로도 내가 아주 사랑하는 코스입니다. 강변이 제일 타기 안전하고 좋아요. 인도에 자전거도로가 있지만 알다시피 자동차 주차장으로 변해버리지 않았습니까.”
BL : 그래도 서울은 비교적 자전거도로가 잘 된 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아름다운 곳도 많죠. 한강변에 강북, 강남 코스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내가 자주 찾는 곳은 미사리에서 행주대교까지 그리고 남산이나 남한산성 등등 아주 좋은 곳이 많죠.”
BL : 지방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주로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KBS 1TV ‘언제나 청춘’의 ‘백남봉의 실버만세’라는 프로그램에서 지방 이곳저곳을 다니며 고향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BL : 지방의 좋은 곳도 많이 다니시겠어요.
“좋은 길을 보면 우선 자전거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 작은 마을의 꽃길, 가로수길, 오솔길 등을 지날 때마다 자전거 생각이 간절하죠.”
BL : 너무 바빠서 자전거 타실 시간이 나는지 궁금한데요?
“매일은 못 타요. 내가 아직도 인기가 있어서 조금 바쁩니다. 하하. 하지만 잠시라도 여유가 생겼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나오죠. 항상 차에 자전거와 갈아입을 옷을 싣고 다녀요. 촬영차 지방에 갈 일이 있으면 일단 자전거로 방송국까지 간 뒤 촬영차로 갈아타죠.”
BL : 동호회 활동도 하시나요?
“따로 속한 동호회는 없습니다. 대신 자주 가는 자전거 숍은 있어요. 프로 사이클과 정 사이클, 한성 사이클을 자주 이용합니다. 단골이 되니까 이제는 가면 너무 반갑게 맞아주고 수리도 무료로 해줍니다. 그곳에서 동호인들도 여럿 만나서 정보도 교환하죠. 사실 직업이 연예인이다 보니 예전에는 차만 타고 다니고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는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가서 인사하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변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는 가끔 약속을 정해 함께 타기도 해요. 자전거를 타는 사람끼리는 자연히 친구가 되더군요.”
BL : 산에도 가시나요?
“나는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요. 산에 가면 무리를 하게 됩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큰 욕심 부리지 않아요. 그저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쉬엄쉬엄 주변 경치 구경도 해가며 조심조심 타죠.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건강은 거의 회복되었어요. 여기서 더 무리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집사람도 처음에는 자전거만 탄다고 싫어하더니 이젠 자전거 타라고 막 부추깁니다. 가끔 다쳐서 걱정하긴 하지만요.”
BL : 무릎에 상처가 많은데요. 부상도 많이 당하셨나봅니다.
“많이 넘어졌죠. 무릎 상처는 너무 많아서 이젠 없어지지도 않아요. 크게 다친 건 예전에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한 번 있었죠. 내리막길에서 젊은 친구들과 붙었어요. 이 나이에도 젊은 사람들을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막 내달렸는데 그만 넘어져서 갈비뼈 4대가 부러졌어요. 한 달간 병원신세를 졌는데 아주 고역이더군요.”
“자전거는 내가 평생 섭취해야할 약”
BL : 자주 가시는 코스나 추천하고 싶은 코스를 좀 소개해주세요.
“나이 드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있어요. 한강변 자전거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남한산성과 광릉수목원이 굉장히 좋습니다. 남한산성에 올라 밥 한 그릇 먹은 뒤, 다시 타고 내리막길을 내달리면 신선이 따로 없어요. 광릉수목원의 숲 사이로 페달을 밟으면 너무나 상쾌합니다. 마음이야 알프스 산맥도 넘고 싶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이죠. 그냥 내 주변을 쉬엄쉬엄 타는 것, 그것이 제일이에요.”
BL :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정책적인 문제점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가장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자전거 전용도로에 불법주차한 자동차들 제발 정리해주세요. 부탁합니다.”
BL : 서울 시장님께 드리는 말씀인가요?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정말 심각합니다.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없으니 위험한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어요. 요즘 학생들이 자전거 등하교를 많이 하는데 차도에서 사고 나는 것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에요. 자전거도로만큼은 비워줘야죠. 시민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적극 활성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발 자전거 전용도로 확보해주세요. 그리고 또 하나, 경륜이나 사이클이 좀더 육성되었으면 해요. 랜스 암스트롱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세계적인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BL : 아직 자전거의 묘미를 모르는 분들께 직접 권하신다면요?
“아무튼 자전거는 좋습니다. 건강하려고 이 약, 저 약 찾지 말고 자전거 타세요. 그게 건강의 비결입니다. 사이클이든 MTB든 상관없이 무조건 자전거 타세요.”
BL : 앞으로의 바람이나 계획은요?
“나는 방송인입니다. 방송인으로서 TV에 나와 웃는 모습,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자전거는 평생 나와 함께 가야할 약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자전거 열심히 타서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 백남봉
70년대 언더그라운드 코미디계에서 활동하다 80년 컬러TV 시대가 열리면서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당시 다양한 표정 연기와 화려한 언변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그가 구사하는 구수한 팔도사투리는 따를 자가 없을 정도로 능숙하다. 지금도 회갑연에 초대하고 싶은 연예인 0순위로 꼽힐 만큼 장년층과 노년층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언제나 청춘 |

b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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