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신고자에게 사과받고 커피 얻어먹은 썰
제게 신고를 당한 사람에게 오히려 사과를 받고(?) 커피까지 얻어 먹은 이야기 입니다.
대전 유성구의 어느 동네에서 평소와 같이 횡단보도와 소화전 등 주정차 신고를 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제게 오더군요.
'뭐하세요. 왜 찍고 다녀요?'
'불법주차 신고하는데 문제 있어요? 본인 차에요?
'나도 몇번 찍혀서 10만원 가까이 냈어요.'
'근데요?'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어쩌구 저쩌구... 장사가 어쩌구 점심시간인데 어쩌구(흔한 레퍼토리)'
'불법이니까 신고하죠.'
'그렇게 법을 잘 지키는지 한번 봅시다'
'참나'
위와 같이 대화를 주고 받은 뒤, 집에가서 상대방의 피신고내역을 찾아보니 두세번인가 찍혔습니다. 4만원짜리 불법주정차로 몇번 찍혔더군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저는 상대방의 차량번호와 인적사항 등을 알아냈지만, 상대방은 저를 전혀 모릅니다. 저는 다른 동네로 원정을 갈 때 제 차를 500m 이상 멀리 숨겨두고 옵니다.
합법적인 보복(?)의 시작
어쨌거나 제게 시비를 걸었으니, 보답을 해주기 위해 상대방의 차량과 동선 파악, 어디에서 주로 운전하는지 파악한 후, 한달 정도 집중적으로 위반사항을 채증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위반 사항을 3건 정도 잡았습니다. 차량 정비불량, 보행자보호 의무 위반, 불법주정차 이렇게 잡았습니다.
도로교통법 위반을 신문고로 신고하면 기한이 2일이지만, 이걸 고발장으로 하면 공소시효가 5년 입니다.
신문고는 진정서의 성격이기 때문에 2일 제한, 계도장 남발 등이 가능하지만 고소나 고발로 하면 그렇게 못합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고소, 고발을 하러가면 경찰들은 진정서를 쓰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반 사항 3건의 고발장을 작성해서, 시간차 공격을 했습니다. 한달에 하나씩 유성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그럼 피신고자(피고발인)은 경찰서에 출석하여 혐의를 인정해야하고,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범칙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이후 아래와 같이 통지서가 날아옵니다.

▲ 피신고자의 통고처분(범칙금) 이행
고발 이후 사과하는 피신고자
이후 몇주 뒤,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저는 가던 길을 가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멀리서부터 저를 찾아오더라구요.
'선생님, 혹시 최근에 또 신고하신게 있나요?'
(갑자기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다가옴)
'요즘 유성경찰서에서 계속 출석하라고 전화오죠? 한 세번 출석하고 범칙금에 벌점 받고 조사받았죠?
'네, 어떻게 아셨어요?'
'다 제가 한거에요. 아직 신고할 거 남아있으니까 계속 경찰서에 출석해보세요(사실 없음)'
'그때는 사실 저도 불법주차 과태료 때문에 조금 기분이 나빴는데, 혹시 신고할게 남아있으면 좀 지워주세요. 하하.'
불만 가득찬 표정으로 시비를 걸었던 상대방은, 마치 간신배가 싸바싸바하듯 착한 눈을 뜨고 굽히는 자세로 나왔습니다. 경찰서에 몇번 출석시키면 저렇게 착하게 변합니다. 이런 표현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수사기관을 무기삼아 위반자들을 몇번 고발하면 오히려 사과하는 상황이 종종 펼쳐집니다.
'아니, 그때는 뭐 말 함부로 하고 어쩌구저쩌구 하더니만 이제와서 뭘 그래요. 도로교통법은 공소시효 5년이니까 경찰서에 더 가서 범칙금이랑 벌점 계속 받아보세요(사실 신고할거 없음).
'(실실 웃으며)제가 사과드릴께요. 커피 한잔 사드릴께요'
'유성경찰서에서 나(에프킬라맨) 건드리지 말라 그러죠? 건드려봐야 좋을거 없다고?'
'네. 가니까 교통조사팀 XXX경찰관님이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그랬어요.'
'그니까 그때 과태료가 기분 나빴어도 그냥 갔으면 됐는데, 왜 신고하는 사람을 건드려요.'
'네 이제 안그럴께요. 요즘 불법주차도 절대 안하려고 하고 있어요. 근데 어떻게 그렇게 법을 잘 아세요? 가서 커피 사드릴테니 같이가요.'
이런 식으로, 신고자인 제가 미안할 정도로 자세를 굽히며, 5천원짜리 비싼 커피를 사주려고 하길래 그냥 메가커피에서 2천원짜리 주문해달라고 했습니다. 굳이 3천원짜리 큰사이즈를 사주더군요. 사실 안받아먹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너무 자세를 굽히고 나오길래 그냥 한잔 얻어먹고 왔습니다. 나이대를 들어보니 저와 비슷한 나이였습니다.
결국, 신문고 신고로 구청에서 과태료를 받으면 불만이 가득해지지만, 고발되어 경찰서에 출석 후 경찰관 앞에서 조사를 받으면 저렇게 착해집니다.

질서확립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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